1. 지각이란 무엇일까?
지각이란 감각기관을 통해 외부로부터의 정보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여 조직화하는 것을 말한다. 인간은 무수히 많은 자극 정보 가운데 자신에게 흥미가 있거나 적응을 위해 필요한 자극을 선택적으로 지각하고 이것들을 전체적으로 의미 있는 정보로 정립해 나간다. 이처럼 다양한 정보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해 나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지각 기능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한다.
2.영아기의 시각
신생아의 하루를 관찰해 보면 각성 상태나 운동 상태에 있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고,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수면 상태로 보내는 것을 알 수 있다. 각성 상태에서도 가만히 누워만 있고 주위 환경을 탐색한다든지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지각 발달에 관한 최근의 연구를 보면 태어난 지 얼마 안 되는 신생아일지라도 아무것도 볼 수 없고 주위의 자극에 대해 소극적이라고 하는 종래의 인식과는 달리 이들은 주위 환경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있다는 사실이 보고 되고 있다. 이와 관련된 연구를 보면 생후 2일째 된 아기일지라도 움직이는 물체를 눈으로 따라가며 응시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이 시기의 아기는 주시 시간이 짧고, 시선의 이동이 불충분하기 때문에 곧바로 대상물을 놓쳐 버리지만 생후 2개월 정도가 되면 어느 정도 대상물을 놓치지 않고 주시할 수 있게 된다. 생후 1개월의 영아에게 도형 그림을 제시하면 도형의 모서리 부분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지만, 2개월이 되면 도형의 전체적 부분으로 확대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시모죠는 그의 연구에서 출생 직후의 신생아 시력은 0.002 전후이며, 2개월 정도가 되면 0.005, 6개월에 0.2, 12개월에 0.4 정도여서 멀리 있는 사물은 볼 수 없지만 30~50cm 거리 안에 있는 물체에 대해서는 식별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비록 신생아일지라도 초점거리만 잘 맞으면 대상물에 따라 시각적 변별이 가능한 이 거리는 부모가 자신의 눈과 아이의 눈을 맞추려고 하거나 말을 걸려고 할 때에 무의식적으로 취하는 간격이기도 하다. 이처럼 인간은 태어날 때의 시력은 형편없지만 양육자와의 순조로운 상호 작용을 할 수 있는 조건은 갖추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신생아에게 내용이 다른 2개의 자극물을 동시에 제시한 결과 자극 대상을 변별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특히 여러 자극물 가운데 사람의 얼굴에 대해 보다 지속적으로 주시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즉 다양한 시각 자극물에 대한 주시 시간을 관찰해 보면 단순한 자극물보다 상대적으로 복잡한 자극물에, 그리고 복잡한 사물보다는 인간의 얼굴에 대한 주시 시간이 더 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반응은 신생아는 각성 상태에서 가만히 누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주위 환경을 탐색하여 알려고 하거나 능동적으로 그것들과 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 욕구를 기본적으로 갖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행동 경향성은 성장과 함께 촉진되면서 보다 복잡하고 새로운 시각 자극물을 선호하는 욕구를 자극한다. 한편, 새로운 자극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되면 이전에 주시했던 자극물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그러므로 영아의 지각 발달의 촉진을 위해서는 연령 증가에 따른 보다 복잡한 자극물의 제시가 필요하다.
3. 영아기의 청각
인간의 청각 능력은 출생 이전부터 외부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발달하여 있다. 자궁 내의 태아에게 외부의 소리를 어머니의 배를 통해 제시해서 태아의 체동이나 심장 박동수의 변화를 자기 공명 컴퓨터의 단층사진을 통해 확인해 본 결과 임신 36~39주에는 약 90%, 출산 예정일이 지난 경우에는 모든 사례에서 소리 자극에 대한 태아의 반응이 보였다. 이 실험 결과는 인간은 이미 출생 이전부터 청각 능력을 소유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소리 자극에 대한 아기의 반응은 눈 깜빡거리는 반응, 근육 긴장, 심장 박동수의 변화, 얼굴이나 손발의 움직임 등을 통해 알 수 있다. 이러한 반응을 지표로 생후 1~2주의 아기일지라도 소리의 고저와 강약을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생후 2~6일 되는 신생아를 정면으로 마주 보고 있는 상태에서 어머니가 자연스럽게 소리 자극을 제시하여 이에 대한 신생아의 손 움직임을 중심으로 한 반응을 관찰하였다. 그 결과 어머니가 이야기한 후 약 2초 지나서 신생아의 체동 반응이 일어났으며, 신생아의 체동으로부터 약 1초 후에 어머니가 다시 소리 자극을 제시하는 반응을 보였다. 이와 같이 이미 이 시기부터 어머니와 신생아 사이에는 조직적인 상호 작용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생후 12시간밖에 되지 않는 아기에게 어른의 목소리를 들려주었을 때의 반응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보면 인간이 말하는 언어음에 대해서는 그 리듬에 맞추어 어깨를 움직이거나 허리나 손발의 움직임을 보이지만 무의미한 소리, 예를 들어 잡음이나 단순한 물리적인 소리 자극에 대해서는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외부 자극에 대한 이러한 신생아의 신체적 동조 행위를 소위 엔트레인먼트 현상이라고 부르는데 이 현상을 통해 사물보다 인간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신생아의 본능적 욕구를 알 수 있으며, 비록 신생아일지라도 부모의 능동적 언어 사용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생후 2개월 정도 지나면 영아는 어머니의 소리와 다른 사람의 소리를 구분할 수 있게 되며, 소리의 방향도 대체로 알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어느 정도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게 하려면 생후 5개월 정도를 지나야 한다. 이러한 발달 과정을 통해 영아기에 주위 환경으로부터 제시되는 정보를 정확히 받아들일 수 있는 인지 능력의 토대가 형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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