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기 효능감이란?
자기 효능감이란 무엇인가?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의 수행 능력이나 상황 처리 능력을 일반적으로 자신감 혹은 유능감이라 부르고 있다. 그러나 이들 용어는 어디까지나 지금 수행하고자 하는 하나하나의 행동에 대한 예측보다는 일반화되고 추상화된 환경 통제력에 가까운 개념이다. 이에 대해 자기 효능감이란 '지금 여기에 주어진 과제를 자기 자신이 어느 정도 잘 수행할 수 있는가?'라고 하는 판단, 즉 행동 하나하나에 대한 구체적인 자기 행 가능성의 예측을 말하고 있다.
자기 효능감 이론은 인간은 어떤 활동이나 과제를 수행하는 데 있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판단을 하게 된다고 보았다. 하나는 '어떤 행동이 어떠한 결과를 수반하는가에 대한 판단이며, 다른 하나는 '기대했던 결과를 가져다주는 행동을 자신이 얼마나 잘 수행할 수 있는가에 대한 판단이다. 전자를 전과 기대, 후자를 효능감 기대라고 부른다. 유아의 그림 활동을 예로 들어 보면 '그림을 잘 그리면 선생님에게 칭찬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하는 판단은 결과 기대이며, '선생님에게 칭찬을 들을 수 있을 만큼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는가?'라는 판단은 효능감 기대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행동의 선행 요인으로 결과 기대와 효능감 기대를 구분하면서 행동에 미치는 영향력은 전자보다 후자가 강하다고 보았다. 연구 결과에서 학업 수준이 떨어지는 아동은 나쁜 성적의 원인을 자신의 노력 부족에 귀속시키는 경향이 강했다. 이 사실은 학업 성취도가 떨어지는 아동은 열심히 공부하면 성적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성적 향상에 필요한 노력을 자기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다고 생각한 나머지 학업에 대한 집중력이나 인내력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처럼 학업의 성취도가 낮은 학생일지라도 비록 '효능감 기대'의 수준은 낮지만, 학업에 대한 '결과 기대'의 수준은 높다고 말할 수 있다. 효능감 기대는 행동과 직결된 개념이라 할 수 있으며, 과제 선택, 노력의 양, 난도가 있는 과제나 상황에서의 인내력 등의 행동에 영향을 주게 된다. 이런 '효능감 기대'를 자기 자신이 지각하는 것을 소위 자기 효능감이라 부른다.
2. 자기 효능감의 효력
자기 효능감에 관한 연구를 보면 후속 행동과 직결된 개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대인 공포증, 광장 공포증 등의 다양한 공포증의 치료에 자기 효능감의 상승에 따른 치료 효과의 변화를 확인하는 연구가 있으며, 금연 행동에 관한 연구에서 담배를 피우고 싶은 유혹적인 장면에 있어 그 유혹에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느냐고 하는 자기 효능감이 금연 후 흡연 재개 여부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내기도 했다. 그의 연구를 보면 금연 프로그램을 실시한 결과로 금연을 하게 된 집단과 자기 스스로 금연을 결심한 집단을 대상으로 금연 후 5개월 되는 시점에서 금연 유지율을 비교해 보았지만, 두 집단 간의 차이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금연 후 4주 되는 시점에서 자기 효능감을 평정한 결과에서는 금연을 유지한 사람과 흡연을 재개한 사람들 사이에 차이가 보였으며, 흡연의 유혹적인 장면에 대한 억제력을 나타내는 자기 효능감이 높으면 높을수록 금연을 계속하여 유지할 수 있는 확률이 높게 나타났다. 이 밖에 마약이나 알코올 중독, 우울증 환자의 치료 등에도 자기 효능감의 효력을 입증한 연구도 있다. 또한 자기 효능감을 학업 장면에 적용한 연구에서도 자기 효능감의 상승에 따른 학업 달성의 향상이라는 결과를 통해 후속 행동의 결정 요인으로서의 자기 효능감의 효력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자기 효능감은 일상생활에서의 다양한 행동, 예를 들어 진로나 직업 선택, 운동 능력 등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직업 선택에 관한 연구를 보면 전통적으로 남성적인 일과 여성적 일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의 역할 수행에 대한 자기 효능감이 다르기 때문에 남성성 일과 여성성 일이 나누어지는 것을 할 수 있다. 이처럼 자기 효능감은 인간의 모든 행동과 관련된 개념임을 알 수 있다.
3. 자기 효능감의 발달
자기 효능감과 관련된 발달 초기의 인지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일까? 이를 위해서는 먼저 자기 효능감의 형성 원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자기 효능감의 형성은 자기 행동과 환경 반응성의 수반직인 관계를 반복적으로 경험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연구를 보면 환경의 여러 현상을 통제하는 경험을 체험한 유아는 어떠한 행동에도 불구하고 환경의 변화를 체험하지 못한 유아들보다 유능감 반응 학습에 있어 자신의 유능감을 강하게 인지하고 자기 행동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자기 행동이 환경 변화에 영향을 주었다'라는 경험은 자신감 형성과 더불어 환경에 대한 의욕적인 태도, 즉 더욱더 새로운 환경에 도전해 보려는 동기를 부여한다. 이러한 경험의 반복이 일반화되면 유아는 자기 효능감의 감각을 갖게 된다. 인간은 어떤 반응을 기대할 때 그에 따른 적절한 행동을 취하게 되는데, 그 결과 기대했던 반응을 체험하고 동시에 이러한 경험이 반복되는 경우 자기 효능감과 관련된 인지가 형성된다. 한 예로, 영아는 공복 시 우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공복 상태를 해결해 주는 어머니의 접근이라는 반응을 기대한다. 그 결과, 어머니가 접근하고 공복 상태의 해소라고 하는 목표 달성을 경험하고 동시에 이런 환경 통제의 경험을 지속해서 하게 되면 영아의 자기 효능감과 관련된 인지가 형성되는 것이다. 자기 효능감의 인지에 관련된 정보원은 환경 통제력에 관한 경험뿐만 아니라, 대리 경험이나 언어적 설득에 의해서도 획득될 수 있다. 그러나 영아기에는 언어 능력이나 추리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기 행동의 결과로 수반되는 환경 통제력에 관한 경험이 가장 강력한 정보원으로 작용한다. 이런 환경 통제력은 사회적 물리적 환경과의 상호 작용을 통하여 경험하게 된다. 발달 초기에는 사회적 환경보다 물리적 환경과의 상호 작용이 영아의 자기 효능감인지에 더 큰 영향을 준다. 왜냐하면 물리적 환경의 경우는 자극에 대한 반응 속도가 빨라서 행동의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있고 관찰하기 쉽기 때문의 주의력이나 추리력이 떨어지는 발달 초기에는 자기 효능감에 관련된 인지, 즉 환경 통제력의 감각을 쉽게 경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딸랑이 장난감 놀이를 생각해 보자. 아기는 딸랑딸랑 소리를 기대하며(반응 기대) 딸랑이를 흔들게 되고(행동), 그 결과 딸랑딸랑 소리가 난다(반응), 발달 초기에는 이처럼 물리적 환경과의 상호 작용을 통해 자기 행동과 환경의 수반적 관계를 학습해 나간다.
그러나 연령 발달과 함께 유아의 집중력과 추리력이 성숙해지고 활동 범위가
넓어지면서 가족 구성원은 물론 또래와의 상호 작용도 경험하게 되면 이제는 사회 적 환경과의 상호 작용을 통해 얻은 통제 경험이 물리적 환경과의 경험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연령 발달에 따라 자기 효능감 인지에 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사회적
환경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가? 세상에 태어나 최초로 접하는 사회적 환경은 가족이다. 발달 초기에는 가족이라는 사회적 환경과의 상호 작용을 통해 사회성이나 인지 능력이 발달한다. 특히 발달 조기의 사회적 환경에서 자기 효능감의 인지와 관련된 강력한 정보원은 대개 부모이다. 아이의 행동에 대해 응답적이거나 풍부한 물리적 환경의 제공과 탐색 활동을 자유롭게 허락하는 부모의 자녀들은 비응답적이고 통제적인 부모의 자녀들보다 사회성이나 인지 능력의 발달 수준이 높게 나타났다. 이 연구에서 영아의 연령이 생후 3주에서 1년이 되기까지 어머니와의 상호 작용에 관한 행동을 3주에 한 번씩 가정에서 정기적으로 관찰했다. 관찰 결과, 영아가 울고 있을 때 어머니의 즉각적인 반응의 횟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아기의 우는 시간이 관찰 종반(생후 10~12개월)에 들어서는 점점 짧아지면서 동시에 우는 행위와는 별도의 다른 의사 전달 기능이 발달하여 있었다. 예를 들어 외부의 자극에 대해 풍부한 표정이나 활발한 몸의 움직임을 보이거나 다양한 발성을 내는 등 새로운 의사 전달 방법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다양한 반응의 표출은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
응답적인 부모에 의해 양육된 영아는 '자신의 욕구 충족이나 불쾌감 제거'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 다시 말해서 '나는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일반화된 자신감을 획득한 것이다. 이런 자신감이 나중에는 우는 행위를 줄이고 새로운 다양한 의사 전달 기능을 사용해 보려는 의욕을 갖게 한 것이다.
아이의 언어 발달로 인해 자녀와의 의사소통이 어느 정도 가능하게 되면 부모는 자녀에게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에 관한 정보를 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하여 제공하기도 한다. 이처럼 발달 초기 단계에서의 사회적 환경은 부모가 중심 역할을 하게 되며 아이는 부모와의 상호 작용을 통해 자기 수행 가능성에 관한 정보를 획득해 간다.
유아의 사회적 세계가 확대되면 또래의 존재가 점차 자기 능력의 판단에 중요한 정보원으로 작용한다. 유아는 또래와의 상호 작용을 통해 사회적 비교 과정을 경험하고, 여기서 자기 효능감의 인지에 필요한 정보를 획득한다. 부모나 또래와의 상호 작용 경험에 의해 얻은 정보를 토대로 자기 효능감을 정확히 인지하려면 아동 자신의 자기 평가 능력의 발달이 병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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