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새로운 개인차
유아를 관찰해 보면 한 명 한 명의 행동이 실로 개성적이고 유니크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선생님의 질문에 항상 남보다 먼저 손을 들지만 막상 시켜 보면 잘 모르거나 질문과는 전혀 관계없는 엉뚱한 대답을 하는 등 무엇이든지 덤벼들고 보자는 식의 아이가 있는가 하면, 손을 드는 것은 느리지만 대체로 질문에 정확한 대답을 하는 아이도 있다.
질문에 대한 이런 반응 속도의 차이나 시험 문제를 푸는 행위 등은 인간의 두뇌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고(변형)나 인지 과정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사고나 인지 과정에서는 제시된 과제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지각, 이해하고 동시에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지식이나 정보와 비교 검토하면서 필요에 따라 정보를 변환시켜서 이용하는 정보처리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정보처리 작업의 능력, 즉 환경으로부터 정보를 수집하거나 그 정보를 바탕으로 사고하는 인지 능력은 연령과 함께 발달해 간다. 인지 스타일이란 이러한 지각, 기억, 사고를 요구하는 장면에서 정보를 어떻게 수용하고 처리하는지에 대한 소위 생보처리 양각을 일컫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선생님의 질문에 대한 아이들의 반응 속도의 차이는 아이들의 정보 처리 양식의 차이, 즉 아이들 각각의 인지 스타일의 차이에 의한 결과로 본다.
이전에는 과제 수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개인차를 단지 과제 수행 능력의 개인차로 간주하였다. 지능에 관한 연구는 능력이라고 하는 개념에 비중을 두었고, 성격 검사에서도 측정된 결과에 무게중심을 두었다. 즉 지능이나 성격 연구는 지적 수준의 정도나 '결과'로서의 수행 성적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인지 스타일의 연구는 그러한 결과가 나타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어 그 결과가 어떻게 해서 생성되는가 하고 하는 개인차를 이해하려고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적 능력이 거의 비슷한 아이들일지라도 주어진 과제를 신중하게 푸는 아이와 그다지 꼼꼼하게 생각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풀어 버리는 아이 간에는 수행 성적의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이런 성적의 차이는 지적 능력의 차이가 아닌, 과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나 정보처리 방식의 차이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인지 스타일 연구는 인간이 갖고 있는 다양한 기능이나 능력 간의 상호 작용을 중시하면서 이런 것들을 통합한 전체적 기능 레벨에 착목하여 개인차를 규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2. 숙고형-충동형과 그 발달
인지 스타일이라고 불리는 것에는 몇 가지의 종류, 예를 들어 '지각 운동형-개념형’, '분석형 - 비분석형' '숙고형- 충동형' 등이 있지만 여기서는 가장 최근에 주목을 받고 있는 '숙고형- 충동형'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숙고형-충동형이라고 하는 인지 스타일은 Kagan(1965)에 의해 제안된 것으로 반응 방법이 명확하지 않은 문제에 대해 자기가 세운 가설이나 반응이 적절한지를 숙고하는 정도의 차이를 말한다. 다시 말해서 많은 선택지 가운데 어느 것을 선택하면 좋을지 모르는 장면에서 결정을 내리기 전에 자신의 선택이 타당한가를 고려하는 정도에 있어서의 개인차를 말한다. 자신의 선택이 적절한가를 그다지 생각하지 않고 반응해 버리는 스타일을 충동형이라 부르고, 충분히 생각해서 반응하는 스타일을 '숙고형'이라 부른다. Kagan(1965)은 숙고형과 충동형을 선별하는 데 MPF(Matching Famliar Figures)라고 하는 검사 도구를 사용하였다. 이것은 가운데 견본 그림과 동일한 그림을 선택하도록 하는 검사이다. 이러한 검사 항목은 총 12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측정 내용은 그림 과제를 제시하고 난 후, 유아의 첫 선택 반응이 나타나기까지 걸리는 시간(반응 시간)과 최종적인 정답을 찾아낼 때까지의 반응수(오답수)이다. 충동형인지 숙고형인지의 판단은 그 아이의 반응 시간과 오답 수를 고려해서 다음과 같이 결정한다. 동일 연령집단 가운데 반응 시간의 평균이 중앙치보다 크고 오답 수의 합계가 중앙치보다 적은 유아는 숙고형, 반응 시간의 평균이 중앙치보다 작고 오답 수의 합계가 중앙치보다 많은 유아는 충동형으로 분류된다. 그러므로 숙고형은 반응 속도는 느리지만 실수를 잘 범하지 않는 아이라 말할 수 있으며, 충동형은 반응 속도는 빠르지만 실수를 범하기 쉬운 아이라 할 수 있다.
'숙고형- 충동형'은 각 개인에 있어 비교적 안정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발달과 함께 대개 MFF 반응은 보다 길어지고 오답 수는 줄어드는 숙고형 경향으로 점차 변하면서 결국 전체적으로는 반응 시간과 오답 수가 줄고 보다 빨리, 보다 정확하게 반응을 보이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이런 발달적 변화는 문화적 상이에 따른 차이가 있다고 보고 있다. Salkind, Kojima와 Zelniker(1978)의 연구에서는 일본은 숙고형의 절정이 8세 경이지만, 미국이나 이스라엘은 10세경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일본의 아동이 미국이나 이스라엘의 아동보다 약 2년 정도 인지 스타일의 형성이 빠르다는 것이며, 이는 신중함, 침착함, 정확성에 가치를 두는 일본 사회의 정서와 교육에 의한 영향으로 이해할 수 있다.
'숙고형-충동형'의 인지 스타일은 유아의 운동 능력에서부터 사회적 행동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관련성을 띠고 있다. 놀이 장면의 관찰에서 숙고형의 유아는 정글짐 놀이에서 꼭대기까지 오르거나 폭이 좁은 판자 위를 걷는 놀이를 꺼려하는 등 모험적이거나 위험한 놀이를 싫어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충동형의 유아는 모험적이거나 전신의 움직임을 이용한 놀이를 즐기는 행동 경향이 강하다는 것을 발견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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