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억 전략의 발달
사물을 기억할 때 자주 사용하는 방법으로 기억 대상을 복창(리허설)하는 방법이 있다. 시험 전에 영어 단어나 수학 공식을 혼자 중얼거리면서 외우거나 종이에 몇 번이고 반복해서 쓰거나 해서 외우려고 노력한 경험은 누구라도 있을 것이다. 기억 전략의 발달에 관한 연구 가운데 리허설 전략의 효과를 검토한 것으로는 Flavell 등(1966)의 연구가 대표적이다. 이 연구는 5, 7, 10세 아동 각각 20명씩을 대상으로 일상생활용품이 그려져 있는 그림 카드 7장 가운데서 실험자가 지정한 3장의 그림 카드를 같은 순서로 15초 후에 재생시키는 과제를 제시하였다. 이 15초 동안에는 눈이 가려지는 헬멧을 쓰게 했는데, 이 헬멧은 그림 카드는 보이지 않지만, 그 아이가 자발적으로 리허설을 하고 있는지 관찰할 수 있도록 입술의 움직임을 외부에서 볼 수 있게 고안되어 있다. 실험 결과 5세는 2명, 7세는 12명, 10세는 18명이 입술의 움직임을 보이는 등, 리허설 전략을 사용하고 있었다. 또한 연령 증가와 함께 기억 성적도 높게 나타났으며, 입술의 움직임이 많을수록 기억 성적이 높게 나타났다. 이후의 연구에서는 리허설 전략을 사용하지 않았던 아이들을 대상으로 리허설 훈련을 통해 리허설한 아이들의 수준만큼 성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 결과를 통해서 보면 5세의 기억 성격이 좋지 않았던 이유는 이들이 자발적으로 기억 전략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리허설이 자유로운 조건에서는 훈련에 의해 리허설했던 아이들은 리허설을 하지 않는 상태로 되돌아가 버린다는 사실도 밝혀졌는데, 이는 단기간의 훈련은 그 효과가 오래가지 못하다는 사실을 말해 주고 있다. 그리고 이 방법이 연령에 따라 다르다는 것도 나타났는데, 예를 들어 5세는 제시된 단어를 하나하나씩 리액션을 하지만, 아동기에 있어서 앞에서 제시된 단어를 포함해서 가산적으로 리허설을 한다.
2. 지식과 기억의 발달
개인이 이미 소유하고 있는 지식이 기억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그래서 지식의 발달이 곧 기억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인이 될 수 있다. 지식과 기억의 밀접한 관련성을 강조한 사람은 Piaget와 Inhelder(1973)이다. 이들은 유아의 지식은 발달과 함께 변한다고 보고 있으며, 이 변화는 단순한 양적 변화만이 아니라 몇 개의 단계를 거친 질적 변화도 포함하고 있다고 본다. 더욱이 Piaget는 기억은 결코 외부 세계의 충실한 반영이 아니며 인간은 외부 세계에 대한 정보를 외부 세계와의 상호 작용을 통해 현재 소유하고 있는 지식에 적합한 형태로 받아들인다고 보았다. 이 주장은 지식수준의 차이에 의해 기억의 변화가 가능하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다는 논리가 된다.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Piaget와 Inhelder는 다음과 같은 실험을 실시하였다. 3~8세를 대상으로 길이가 조금씩 다른 10개의 막대기 계열을 보여주면서 기억을 요구했다. 그다음 2회(1주일 후와 8개월 후)에 걸쳐 막대기 계열을 그림으로 재생하도록 요구하는 기억 과제를 제시했다. 또한 1회째 기억 과제 테스트를 실시하고 난 다음, 실제로 10개의 막대기를 순서 없이 제시하여 이것들을 순서에 따라 늘어놓도록 요구했다. 이 요구 장면은 사물을 하나의 순서로 늘어놓는 지식, 즉 계열화 조작 능력을 보기 위해 설정되었다. 실험 결과 1회째의 기억 성적과 계열화 사이에 밀접한 관련성이 보였다. 더 나아가 계열과 조작 수준이 높을수록 기억 성적이 좋았다. 또한 흥미로운 내용은 1회째의 기억 성적보다 24째의 기억 성적이 좋은 아이는 전체의 70%이나 된다는 사실이다. 이 결과는 8개월 동안 계열화 조작의 발달이 진행되어 그에 따라 기억력도 향상되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 실험 결과는 지식수준의 차이에 의해 기억의 변화가 가능하다는 가설을 지지해 주고 있다.
3. 기억의 재구성
유아에게 재미있는 동화를 들려준 후, 내용을 재생시켜 보면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부분은 정확히 기억하고 있으면서도 이야기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내용이 언급되기도 한다. 이처럼 기억의 내용이 개인의 지식이나 욕구, 흥미라고 하는 틀에 의하여 변형되면서 그 개인에 있어 의미 있는 내용으로 변하는 것을 '기억에 있어 재구성 과정'이라 부른다. 재구성 과정이 일어나는 원인 중 하나는 자기가 들은 문장을 자기 나름대로 추론하기 때문이다. Paris와 Upion(1976)은 연령 발달과 함께 추론 능력이 향상되며, 추론 능력의 발달은 기억 발달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은 5세, 8세, 10세를 대상으로 짧은 동화를 들려준 후, 동화 이야기 가운데 언급된 내용에 대한 기억을 확인하는 질문과 이야기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이야기 내용의 전개 과정으로 볼 때 충분히 추론이 가능한 내용에 대하여 질문을 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동화 내용을 최대한 많이 재생하도록 요구하였다. 이 연구에서 주목할 만한 결과로는 재생 능력과 추론 능력은 상호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 관련성은 연장자일 수록 강해서 10세는 5세보다 두 배 가까이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결과는 이야기의 이면 속에 포함되어 있는 의미를 이해하는 능력이 연령과 함께 발단한다 는 사실, 그리고 의미를 이해하는 능력이 문장 기억력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는 사실을 말해 주고 있다. 그러므로 결국 기억력이라고 하는 것은 기억해야 하는 내용을 얼마나 자기 범주에 합치되도록 내부적으로 재구성을 잘하는지의 문제와 깊은 관련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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