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억의 발달
우리는 과연 어릴 때의 경험을 어느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기억할 수 있을까? 아마 2~ 3세 이전의 경험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기억 능력이란 그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만일 존재한다면 어느 시기부터인가? 영유아기에 경험했던 것들이 우리의 머릿속 어딘가 아직도 기억으로 남아 있을까? 기억 발달에 대해서 생각한다면 자연스럽게 이러한 의문들이 생긴다.
기억(memory)이란 '경험한 것을 잊지 않고 유지해 나가면서 나중에 필요할 때 그 경험에 대한 정보를 끄집어내어 재현하는 과정의 전체'를 말하고 있다. 이는 인간의 정신적인 활동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기능이다. 인간의 기억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접근하여 연구한 최초의 인물은 19세기 후반에 활동한 Ebbinghaus이다. 그는 기억의 연구를 위해 과학적인 방법을 도입하여 순수한 기계적 암기에 대해서 연구하였다. 20세기 중반 이후는 컴퓨터의 발전과 보급에 의해 인간을 컴퓨터로 비유하여 기억을 해명하는 접근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 결과, 이제까지 다양한 기억 모델이 제안되었는데 이것들을 소위 기억 정보처리 모델이라 부른다. 이 모델은 단기 기억(short-term memory: STM)과 장기 기억(long-term memory: LTM)이라고 하는 정보 저장 시간이 서로 다른 두 종류의 기억을 추정하고 있다. 각각의 정보 저장고는 장기 저장고와 단기 저장고로 부른다. 그런데 단기 기억과 장기 기억의 두 기억으로 분류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은 다음과 같은 실험 결과에 기인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실험 대상에게 단어 리스트를 암기시켜 재생하도록 하였을 때, 대개는 초두 효과(단어 리스트 가운데 앞부분의 단어들에 대한 재생률이 높은 현상)나 신근 효과(단어 리스트 가운데 뒷부분의 단어들에 대한 재생률이 높은 현상)가 나타난다. 그러나 암기 직후에 짧은 시간의 계산 과제를 수행하도록 한 후에 재생시킨 결과, 신근 효과는 사라지고 초두 효과만 나타났다. 이 현상은 리스트 앞부분의 단어는 몇 번이나 반복해서 복창하는 연습을 머릿속이나 입으로 하기 때문에 장기 기억에 보내어져 장기간 보존이 가능한 상태가 되지만, 리스트 뒷부분의 단이는 반복해서 복창하는 연습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계산 문제를 푸는 동안에 소멸하여 버렸다고 볼 수 있다.
2. 영아기의 기억
어떤 연구에 의하면 영아는 어머니의 오른쪽보다 왼쪽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며, 어머니들은 아기의 이런 취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왼쪽으로 안아 주제 된다고 한다. 아기의 이런 행동 경향은 태내에 있을 때 익숙했던 어머니의 심장 소리를 듣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귀에 익숙한 어머니의 소리를 다시 듣게 되면 영아는 출생 쇼크를 극복하게 되고 안정감을 회복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인간은 태아기부터 어머니의 심장 소리를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 된다.
영아의 기억력에 대한 연구는 이들이 아직 언어를 획득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쉽지 않다. 그래서 매일매일의 생활에서 표현되는 영아의 행동을 근거로 추정하는 방법을 택하게 된다. 한 예로 시각적 자극에 대한 반응에 있어, 동일한 그림을 및 번이고 반복해서 제시하면 점점 그 그림을 주시하는 시간이 짧아진다. 이 현상은 반복적인 주시 행위로 인해 그림 내용의 일부분이 영아의 머릿속에 기억되어 그림의 신선함에 대한 매력이 상실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시각 자극에 대한 반응을 영아의 기억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삼는다면 신생아도 단기 기억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으며, 생후 5~6개월 정도가 되면 어느 정도 장기 기억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관해서 2~5개월의 영아를 대상으로 한 실험 연구가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날에 기하학적인 도형 그림을 30초씩 6회에 걸쳐 보여주고, 그다음 날에도 동일한 그림을 같은 방법으로 30초씩 6회에 걸쳐 보여주었다. 만일 첫날에 보았던 도형 그림을 영아가 기억하고 있다면 신선함에 대한 매력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제시된 날에는 그 그림을 주시하는 시간이 단축된 것으로 예상된다. 실험 결과, 연령에 상관없이 첫째 날보다 둘째 날의 주시 시간이 더 짧았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결과는 생후 2개월 아이는 주시 시간의 변화가 극히 적지만, 연장자일수록 주시 시간의 변화가 크다는 사실이다. 주 2개월 아이는 기억 상대가 분명하지 않지만, 5개월 아이는 하루 전의 경험을 명확히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 실험 결과는 기억력이 영아기 초기부터 싹트기 시작해서 생후 5~6개월 정도 되면 장기 기억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3. 유아기의 기억
영아기의 기억은 과거 사실에 대한 경험 유무를 확인하는 단기 기억의 형태이며, 이런 기억 형태는 유아기 초기에도 강하게 남아 있다. 유아에게 여러 장의 그림을 보여주고 난 다음 날 다른 새로운 그림을 삽입해서 하나씩 제시하면서 어제 보았던 그림을 찾게 하는 실험에서 정답율은 70~100% 정도로 높게 나타났다. 또한 이 시기에는 이미지나 언어라고 하는 표현 수단이 발달하면서 과거의 경험을 재현하는 재생 기억력도 나타난다. 유아기의 기억은 다음의 몇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다. 하나는 기억 방법이 전체적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노래를 기억하는 경우, 노래 전체를 나름대로 정리, 학습하고 전체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점차 기억해 나간다. 그러므로 부분적으로 끄집어내어 노래한다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기억하려는 의도가 약하다는 것이다. 유아기의 기억은 어떤 목적에 의한 활동 결과로써 생성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며, 기억을 위한 의도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기억하는 것이 어떤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인 경우는 기억을 위한 의도적 노력을 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기억을 정확히 해 두면 게임에서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은 기억하려는 동기를 부여해서 기억을 위한 의도적 노력을 하게 만든다. 일반적으로 유아는 기억 의도가 약하고 효율적인 기억을 위한 전략을 사용하지 않지만, 아동기에 들어서면 기억 의도가 강해져 효율적인 기억을 위한 다양한 전략을 사용하게 된다.
4세에게 2-4-5-4와 같은 수의 계열을 보여주고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재생을 요구하면 3~14개밖에 기억해 내지 못하지만, 아동기에 들어서면 6개나 그 이상의 숫자를 기억해 낼 수 있다. 이처럼 연령 증가와 함께 향상되는 기억력은 곧 기억 내용을 보존하는 능력의 발달을 의미하고 있다. 최근 기억 발달에 관한 연구에서는 기억력의 발달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사용되서나 재생 시 이용하는 여러 가지 기억 전략의 발달을 예로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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