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유아기의 정서 발달
생후 1년 반경이 되면 대상을 이미지화하는 능력, 즉 표상 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를 계기로 아이들의 정서 세계에 큰 변화가 일어난다. 표상 능력을 획득하고, 자기의식이 싹트게 되면 아이는 자신의 모습이 타인에게 어떻게 비치고 있을지, 그 사람은 나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있을지, 무엇이 바람직하고 무엇이 바람직하지 않는지를 의식하기 시작한다. 또한 수줍음, 죄악감, 긍지, 공감 등의 새로운 종류의 정서가 나타난다. 이 가운데 처음으로 나타나는 것은 수줍음이나 공감이다. 2세 경이되면 선악의 구분, 그리고 사회적 규칙이나 기준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이에 따라 죄악감이나 창피, 긍지의 정서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창피함이나 죄악감, 공감이라고 하는 정서 발달은 유아의 도덕성 발달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이들은 일상생활 가운데서 해서는 안 되는 일과 해도 좋은 일, 해야만 하는 일을 주위의 어른과의 관계에서 배워 나간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무엇을 하면 좋은지, 무엇을 해서는 안 되는지를 알게 된다. 그래서 칭찬을 들었을 때의 즐거운 기분은 자부심이나 긍지라고 하는 감정을, 꾸중을 들었을 때의 불쾌감이나 아픔은 죄악감이나 창피라고 하는 감정을 생성한다. 그래서 마침내 주위로부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지 않고서도 자신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선악의 기준에 따라 자신의 행동을 주체적으로 통제하게 된다.
2. 감정의 언어화
표상 능력에 의해 자신의 마음 상태를 밖에서 볼 수 있게 되면 아이는 언어를 사용하여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된다. 1세반 이후가 되면 자신의 신체 상태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기 시작한다. 그 이후는 타인의 신체나 감정의 상태를 추측하여 언어로 표현하게 된다. 2세를 넘어서면 기억력이나 언어 능력 등의 발달과 함께 감정 경험뿐만 아니라 상징 놀이 가운데 감정에 대해서 표현하거나 과거에 자신이 경험한 감정을 이야기하게 된다. 또한 3세 경에는 자신이 왜 그런 감정을 갖게 되었는지 그 원인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 언어라는 수단으로 감정을 타인에게 전달하고 공유할 수 있게 된다. 사실 아이들의 문제 행동은 자신의 감정이나 욕구를 언어로 잘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적응 행동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언어 사용으로 인해 정서, 그 자체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 특히 감정에 대해서 타인과의 의사 교류를 통해 다양한 정서의 원인이나 그 영향, 정서의 통제 방법, 타인의 정서 등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된다.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은 감정의 통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감정을 언어로 표현한다는 것은 고조된 감정이 일단 자기 자신에게서 벗어나 자신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효과가 있거나 자신의 감정을 직접 통제하는 효과가 있다.
3. 정서의 사회화
정서를 경험하거나 표출하는 것 자체는 결코 나쁜 것은 아니지만 정서에 수반되는 행동 가운데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것도 있고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타인과의 원만한 관계 형성을 위해서는 정서의 사회화가 필수적이다. 유아기는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사회나 문화에서 인정하는 정서의 표출 방법이나 통제하는 방법을 익히는 시기여서 3~4세 경이되면 상황에 맞게 정서의 표출 방법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 대개 정서의 사회화는 집단생활에서의 경험을 통해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집단생활에서 작은 일도 과장되게 울거나 짜증을 내면 또래로부터 조롱이나 비난을 받게 되고, 이런 경험의 반복에 의해 아이들은 감정의 표현 방식을 바꾸어 나간다. 또한 아이들은 주위 사람들의 행동에 대한 관찰을 통해서도 감정의 표출이나 통제 방법을 간접적으로 배워 나가기도 한다. 이처럼 정서의 사회화는 사회적, 문화적 가치 기준에 따라 영향을 받으면서 발달되어 나간다.
4. 보육과 교육상의 유의점
영유아의 보육에 참고가 되는 감정 발달의 형태와 그 특징에 대해 알아보자. 첫째, 정서 발달은 대인 관계나 사회적 맥락 가운데 이루어지고 있다. 그래서 제시된 자극의 내용이 동일할지라도 제시하는 사람이나 제시 방법, 반응자의 상태에 따라 정서의 표현이 달라진다. 둘째, 언어 획득 이전의 정서는 거의 신체적 행위로 표현된다. 그러나 언어 발달에 의한 정서의 표출이 행동에서 언어로 바뀌면서, 욕구불만이 어떤 요구나 공격적 언어, 또는 욕설로 표출되기도 한다. 셋째, 발달과 함께 정서의 언어화 및 내면화로 유아의 감정 표출이 전체적으로 부드러워진다. 유아는 다양한 사회적 경험을 통해 보채는 행동만으로는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고, 감정적 언동이 또래로부터 수용될 수 없다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경험함으로써 정서의 행동적 표출이 언어화 및 내면화로 이행된다. 넷째, 유아기 후반에 들어서면 전체적으로 균형 잡힌 정서적 표현이 가능해진다. 이제까지 시기나 괴롭힘의 대상이었던 동생이나 형의 입장에서 귀여워해 주기도 하고 도와주고 보호해 주는 등 적극적인 애정 표시를 하게 된다. 하지만 때로는 동생을 귀여워하면서도 조그마한 일로 다투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아직 감정의 통제력이 미흡해서 자신의 욕구 표출에 대한 적극성과 억제력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서는 어디까지나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생성되고 발달된다. 그러므로 아이들을 보육하고 있는 부모나 교사의 입장에 있어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보다 풍부한 정서를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의 조성과 함께 아이와의 밀접한 관계 형성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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