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와 사고, 내재적 언어와 외재적 언어

1. 내재적 언어와 외재적 언어

언어가 유아의 행동 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하는 것에 주목한 사람이 러시아의 언어 심리학자인 비고츠키이다. 그는 피아제의 견해에 대해 다소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유아의 언어는 원래 사회적 기능을 갖고 있으며, 이것이 점차 사고나 논리 조작의 수단으로써 내재적 언어로 변한다고 보았다. 그는 유아의 혼잣말은 타인에게 향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관심을 현재 진행 중인 작업이나 놀이에 집중시켜, 계통화라는 행동 조정의 기능을 갖고 있다고 보았다. 이와 같은 자기 자신을 위한 언어 표현은 마침내 자신 안에서 내재화되면서 아동기에는 언어 표현을 수반하지 않고서도 사고나 행동을 자기 조정할 수 있게 된다고 본다. 개인적 언어 표현이 내재화된 것은 내재적 언어라고 부르며, 이에 대해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의 기능을 갖고 있는 언어 표현을 외재적 언어라고 부른다. 내재화된 언어, 즉 내재적 언어는 소위 사고의 도구이며 이것이 행동을 통제할 수 있게 되는 시기는 대략 5세경으로 보았다. 사실 성인의 경우도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수행해야 할 과제가 복잡할 때는 혼잣말로 중얼거리거나 머릿속으로 단계를 생각하면서 행동하는 경우가 있다. 즉 우리들은 외재적 언어와 내재적 언어라고 하는 언어의 두 가지 측면의 기능을 일상생활에서 활용하면서 살고 있는 것이다. 

2. 언어와 사고

언어와 사고의 관계는 오랫동안 논쟁의 대상이 되어 왔다. 즉 사고 발달과 언어 발달의 관계에서 어느 것이 선행하는가에 대한 문제를 둘러싸고 심리학자나 문화 인류학자들 사이에서 논쟁이 되면서 언어가 사고를 형성한다고 생각하는 견해와 반대로 사고력이 언어 발달을 촉진시킨다는 견해로 나뉘었다. 오늘날은 사고와 언어가 일방적이 아닌 쌍방향적인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발달해 간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예를 들어 비고츠키는 발달의 초기 단계에는 언어와 사고가 상호 관련성이 없이 진행되지만, 그 이후에는 점차 관련성을 맺게 되면서 언어적 사고라고 하는 단계에 도달한다. 언어가 아이의 사고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앞에서 언급한 행동 조정만이 아니라, 기억이나 분류 등의 정보처리 면에서도 영향을 준다. 

3. 언어의 조기교육

이미 오래전부터 유아기의 조기 교육이 하나의 유행처럼 전개되면서부터 오늘날 대다수의 유치원이나 보육시설에는 문자 교육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조기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문자 교육은 원래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배우는 것이 원칙이지만 요즘은 적지 않은 유아들이 읽기, 쓰기 등의 기초적 학습을 이미 취학 전에 익히고 초등학교에 진학하고 있다. 그래서 유아기의 자녀를 두고 있는 부모들은 자신의 자녀가 다른 아이들에 비해 학습 속도가 느리거나 공부에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학교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불안해하기도 한다. 사실 지금까지 언어 학습의 조기 교육과 관련된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는 하나같이 앞에서 언급한 부모들의 걱정이나 불안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중요한 것은 부모나 교사의 일방적인 지도나 개입보다 유아들에게 언어 사용이나 문자 표현의 즐거움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자율적이며 주체적인 교육 환경을 배려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왜냐하면 문제에 대한 관심이나 흥미는 읽기나 쓰기 능력에 발달에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개인이나 남녀에 따라 언어 학습의 능력이나 관심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일찍부터 언어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어 문자 학습의 속도가 빠른 아이가 있는 반면, 문자 이외의 활동에만 관심을 갖는 아이도 있다. 그러나 우찌다의 종단적 연구에 의하면 초등학교 입학 전의 시점에서 보였던 읽기, 쓰기 능력의 개인차나 성차는 입학 수 1학년 2학기에 들어서면 거의 없어진다고 보고한다. 즉 초등학교 입학 전에 읽기와 쓰기에 대한 학습을 어느 정도 했는지가 입학 초기에는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모르나 그 효과는 1년도 채 지나지 않아서 사라진다는 것이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처음 문자를 대하면서 문자를 배우고 쓰는 즐거움을 터득한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고 걱정하는 이상으로 훨씬 빠르게 읽기나 쓰기 능력을 갖추어 나간다.